푹푹 찌는 아침
숙소만 정해지고 대략 아우트라인만 만들어놓고 무작정 출발~~
강원도 가는길...
남편과 단둘이 가는 여행은 처음인지라 많이 설레고 많이 기대되고 암튼 좋다
출발과 동시에 길을 헤메는 남편... 수십번 다녀 본 길을, 이 사람도 제정신이 아닌 것이야
코스 바로 잡아 다시 출발
흐트러진 자세로 몸을 비비 꼬아가며 가장 편한 모양새를 만들어 자유를 맘껏 누려본다.
경기도를 벗어나 강원도로 들어설 때 오는 묘한 해방감
흐흐~~ 지금부터는 자유다
왜 이리도 공기는 상큼하고-사실은 푹푹 찌는 날씨였는데...- 풍경은 싱그러운지
역시 우리나라는 화려한 금수강산이야, 복 받은 나라야~
강원도 가는 길은 특히 산과 강이 여행자의 맘을 사로잡는 묘약이 있어 더 셀레게 하는것 같다
지나다 보니 길가에 선암 마을이라는 이정표가 스친다
저기도 가보고 싶은데...
일단은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집에 가서 곤드레밥을 먹는게 급선무
영월로 가서 식당에 들어섰는데 웬 난리
관광버스 세대가 눈앞에 있다 불안하다
아니나 다를까 일반손님 받을 수 없다하네
도로 내려왔는데 대략 난감, 첨 와보는 동네 막막하다
잠시 망설이다 다시 올라갔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복도에 이명박 대통령을 위시해 유명 연예인의 싸인이 가득 걸려있는게 꽤나 유명한 집인가 보다 -나만 모르는-
종업원은 배제, 사장 삘이 나는 사람을 만나 당당하게 말했다
***씨 소개로 서울서 왔는데 꼭 먹고 가야겠다고...
잠시 망설인 뒤 예약손님 상 차린 데를 가리키며 먼저 드시라고 ㅎㅎ
***씨는 30년전 강원도를 떠나 서울서 직장 생활 하고 있는 전 강원도민, 이 식당에서 알 리가 없는데...그래도 우리는 밥을 먹었다, 그것도 아주 맛있게...
가까이 있는 청령포로 갔다
단종이 유배되어 몇 달 머물던 유배지
아담하고 단아하게 꾸며진 작은 섬(?)
외롭고 고달팠을 어린 단종이 저절로 그려지고 주위에 가득한 믿음직한 관음송에 감탄하고...
그래도 세조와 문종 숙질간이 이 동네에 한 가지 선물을 준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이쁘고 조용한 동네에 관광객이 꽤 있다. 이 더운 날씨에....
청령포의 단종이 머물던 어소, 그리고 단종을 향해 절하는 관음송
작은 배를 타고 나와 오던 길을 되돌아가 선암마을로 향했다
TV에서 이미 유명세를 탄 지역답게 사람이 많다
야트막한 산길을 20분정도 올라가는게 요즘 많이 나오는 올렛길 같다
딱 내 수준에 맞는 길...ㅎㅎ
자연이 신비롭고 경이롭고 TV에 나오는 걸 내가 보니 그것이 더 신기하고 그러네
저 옆에 을릉도와 독도를 만들어 놓으면...더 근사할텐데 내 욕심
이쪽 저쪽으로 돌아가며 사진을 찍어대고 다시 내려와 아이스크림 물고 다니며 둘이 여유자적
자유가 이런거구나
정해진 일정도 없고 누구 뭐라는 사람도 없고 그야말로 하고싶은 대로 하면 된다
실제 기온이 높은데도 그늘만 들어가면 전혀 끈적이지 않고 쾌적하다
피서객을 유인하는 강원도의 무기라나?
선암마을 - 한반도 지형으로 유명하다
해지기 전에 하이원 리조트 곤도라를 타기 위해 강원랜드로 출발
주변 경관이 자연과 인공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내가 느끼는 건 평화로움...
어느 순간 낯선풍경이 나타난다
우리 나라에 아직도 이런 전당포가 많이 있다니...전국의 것을 다 합치면 이만큼이 될까 싶을 만큼의 전당포가 길 양쪽에 포진해 있다
마치 강남 아파트단지 1층 상가의 부동산중개소처럼....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는 이물질처럼 정선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당포 이곳이 전국에서 중고차 가격이 제일 싸다하네요
서둘렀음에도 비수기라서 곤도라 일정이 많이 앞당겨서 끝났다나...
내일을 기약하고 벨리콘도에 체크인 하고 강원랜드 호텔로...
엄청 넓다
정부의 공식 발표처럼 엄청난 고용인력과 부가가치가 창출 됐으리라고 보지만 무언가 숨겨진 얼굴도 많이 볼거같은 예감..
규모가 크니까 한번 헤메면 한참씩 되짚어야 한다
주차장에서 나오는데 우리 둘이는 가까운 길을 멀게 돌아오는 신기한 재주가 있음을 다시 한번 발견하게 된다
호텔 내부도 최상급
신혼여행때 가본 호텔이 이랬을까?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호화롭기만 한것이 아니라 부티도 나고 감히 범접할 수 없을것 같은 이곳을 사람들이 마구 밟고 다니고 흐트러진 자세로 커피도 마신다 하나도 기죽지 않고 그것이 신기하다
해질녁의 강원랜드 호텔
우리가 묵었던 벨리콘도-비수기(이곳은 스키장)의 아침이라 사람이 없다
호수를 둘러싸고 호텔과 정원이 어우러지고 식객 촬영했던 운암정이-실제 있는거였어-
조신하게 자리하고 있다
밤에 분수 불꽃쇼를 한다는데 기대 만땅...루미아르떼의 조형물이 일단은 규모면에서 압도적이다
청계천도 내겐 환상이었는데...
운암정 뜰 안
슬쩍 운암정에 들어가본다
냉면에 갈비 약간 곁들여 \38,000, 싸다~~그러며 나온다
우리는 좀더 비싼 뷔페 먹기로 했다 그것도 호숫가 야외 식당에서
이럴 때 안가면 언제 가보나 이런 심정이었을까...
식사 후 호텔 주변을 산책하는데 사람들이 몰려나오기 시작한다
불꽃쇼 시작하려나보다
평소 지하철 타던 실력으로 최고의 명당자리를 잡아 앉아 시작을 기다리는데...
대박!!
너무 멋지다
화려한 루미아르떼가 꺼지고 어둠이 익숙해질 무렵 음악과 함께 나타나는 작은 불꽃 비행기...
예상을 깨고 나타난 불타는 비행기가 무인조종되는지 이곳저곳을 날아다니고 여기저기서 터지는 함성...멋지다!!
한강에서 보았던 소박한 분수스크린이 이곳에서는 너무 웅장하고 장엄하기까지 하다
분수쇼에 이어 불꽃쇼와 레이저까지 적절히 어우러져 펼쳐진 쇼는 휴가지의 사람들을 한층 환상적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레이저와 어우러진 루미아르떼-조형물의 규모가 무척 크다
분수쇼의 시작-분수 스크린에 영상이...
이 기분으로 카지노로 고고싱~
오늘은 기필코 댕겨보리라 마카오까지 가서도 시도해보지 못한 소심함이 못내 아쉬웠는데 오늘은...
수월치 않은 절차를 밟고 입장했는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외국인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우리 국민만...
남녀노가 가득하다
하나같이 무표정한 얼굴에 무거운 다크 써클...딜러들의 무심함
어쩜 사람들이 이리 많을까
기계 앞에 앉은 사람들의 자세를 보니 한 두시간이 아닌 듯...다리가 땅을 딛고 있는 사람이 없다
가장 편한 자세를 찾은 듯 모양들이 기괴하다
이가 다 빠져 볼이 홀쪽한 할머니 지폐 몇장을 마치 화장실 앞에서 휴지 들고 있듯이 가벼이 두 손가락사이에 끼고 있는 아줌마 얇은 담요를 둘러쓰고 기계를 주시하고 손가락만 튕기는 아가씨.
이들의 손에는 모두 몇장의 지페가 들려있다
100원짜리 기계 앞에 앉아서..이게 100원짜리 동전 넣고 하는게 아니구나...처음 알았다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룰을 모르겠는데 어떤 이들은 무엇을 분석하는지 적어가며 하기도 한다
치열한 경쟁이 있는 광경속의 얼굴은 강시의 그것이다
짙은 그림자에 무표정 오만원권 몇 장을 손가락으로 툭 튕겨 딜러에게 보내면 똑같이 무표정한 얼굴로 돈을 구멍에 밀어 넣고 몇 개의 칩으로 돌려주고...온몸의 수많은 세포 중 단 몇 개만으로 이루어지는 단순한 행동과 표정들...무서운 생각이 든다
남편에게 해보고 싶은거 있으면 빨리 해보고 가자고 조르니 좀 더 보자 한다
결국 그렇게 우리는 또 100원도 안잃고 본전으로 돌아왔다-좀 잃어줄 생각으로 갔는데...
우리가 내린 결론 우리 체질에는 고스돕이 딱 이야
얼마나 인간적이냐
살아 숨쉬는 사람들이 죽었다 살았다 해가며 미풍양속인 개평도 있고 나중에 땄다고 밥도 사주고... 역시 고스돕이 최고야
콘도로 와서는 미리 준비해간 와인으로 분위기 잔뜩 살려보고...
아침에는 우리의 공식지정조식 라면을 배불리 먹고 곤도라로 직행
탑승장까지 올라가며 리조트의 넓은 규모에 다시 한번 놀라고 겨울 이외에는 거의 놀리는(?) 시설이 아깝다고 아쉬워도 하고 별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
기다렸던 곤도라를 타고 올라가는데 역시...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고소공포증...괘씸하게 이 덩치에 그런 걸 가지고 다니기는... 그래도 어디야 타기는 했으니
남편은 알파인 코스터로 내려오고 싶은 눈치인데 장가한번 더 갈 각오 아니면 힘들겠다 한다
미안...난 차라리 걷겠소
위에서 내려다보는 세상
또 다른 맛이네
스키 슬로프에 야생화를 심어놓은 아기자기한 섬세함
뭔지 통쾌한 느낌이 든다
회전 전망대에 올라 커피 한잔 마시며....지역 관광 안내도를 펼쳐놓고 다음 갈곳을 정한다
화암동굴..
해발 750m이상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 -죽인다
네비김의 안내를 받으며 출발했는데 평소 밉게 봤는지 꼬불꼬불 산길로 안내한다
불편한 심기로 네비김 바꿔야 할거 같다고 하소연 하다 겨우 갈만한 길 가는데 남편이 소리친다
밖에 봐!!
야~~ 멋진 계곡이다
내려가볼까....소금강이라네
교과서에서만 보던 소금강
계 탔다며 신나게 내려가 물에 발 담그고 더위를 다 씻어낸다
적당한 곳에 차세우고 내려가 발 담그고 놀고가는 여유, 부러울게 없었다
미소가 아름다운 이 남자-요즘의 새로운 발견 ㅎㅎ~
고기 잡는 아저씨들 구경도 하고 인증 샷 찍고 화암동굴 가는길...더 가까운 곳에 화암약수가 있다네
또 들른다
철분이 많이 섞여 약간 떫은 비린내 같다고 해야 하나?
이상한 맛의 약수...몸에 좋다니 통 하나 구입해서 받아왔다
내려오는데 계곡이 가는 사람을 꼬신다
이 주책없는 남자가 갑자기 옷을 훌러덩 벗더니 물로 서슴없이 들어간다
대략 난감
아무리 사람이 많지는 않아도 공공장소인데...팬티만 입고..
수영복인줄 알거라나?
물속에 머리까지 넣다 빼고는 강아지 마냥 흔들어대는 게 영락없는 아이 같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화암동굴에 갔는데 700미터
곤도라 타는 40분을 기다리기 싫어 그냥 걸어 올라갔는데
아뿔사~~
동굴에 들어서자 머리가 빙빙 돈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서있기 힘들게...
나보다 남편이 더 놀란다
급하게 물먹이고 야단이다
한참을 쉬었다 겨우 걸음을 떼어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옛날 금광을 그대로 개발해서 상품화 시켜 놓았는데 석회동굴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오래전 광부들이 참으로 힘든 일을 하며 살았구나 싶고, 목숨을 건 사투를 벌였겠구나 싶고
점점 진입할수록 기온이 내려가 추워지기 시작하고 추워질수록 방광이 오그라드는지....
습도는 높고 기온은 낮고 살을 에이는 느낌이 그리 좋지만은 않은데
아래로 위로 광도의 흐름에 따라 내려 가다 보니 떡 하니 드러나는 석회동굴
석회동굴은 어느 곳에서 봐도 자연의 신비 세월의 무구함 그 자체이다
우연히 발견 된 것이라는데 나름 잘 개발해서 상품화 시켜놓은 강원도의 힘이 엿보인다
추위를 호소할 즈음 밖으로 나오는데 안경에 김이 서린다
아~~ 따스해...이 변덕이라니....
아쉬움을 뒤로한채 다음 발길 닿는 곳 아라리 촌
강원도의 옛 주거 형태와 양반전의 스토리를 인형으로 제작해 죽 이어놓은 곳을 지나며 같이 재현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흔히 볼수없는 나무 껍데기를 이용한 지붕모양이라든지 몇가지 옛 생활 기구들....
너무 넓어 지루하지 않을 정도의 규모 딱 맘에 든다
아라리 촌의 한 주거 형태-돌집
그냥 지나치려다 다시 찾은 곳
1박 2일에 나와서 이미 유명세를 탄 곳 스카이워크
누구 아이디어인지-남편말에 의하면 요세미테에 이런게 있다네- 기가 막힌다
심장을 오그리는 스릴, 다리가 떨어질 것 같지 않은데 눈은 볼 거 다 보는 아이러니
강원도에는 무슨 한반도 닮은 지형이 그리 많은지...
발 밑에 펼쳐진 풍경에서 눈을 뗄 수도 없고 발도 떼어지지 않고...후들후들...그래도 소임을 다 하는 두 손은 난간이 부러져라 꽉 잡고있다
슬슬 몸이 피곤해질 즈음
서울로 향한다
“참 재밌다 다음에 또 오자” 내 말에 남편은 대답이 없다 씁쓸...
갈 때와 또 다른 풍경 분명 같은 장소 일진데 또 다른 건 그만큼 편안해진 탓일까?
이쯤 돼니 친구생각이 난다
제천을 통과하던 어제 누구는 이런 산골에 살고 있구나 하며 그냥 지나쳤는데 오는 길엔 맘이 다르다
전화를 하니 집으로 오란다
밖에서 만나자고 하고 제천 시내로 간다
저녁 먹고 차 마시고 늦은 귀가길
서로 보호자인데 누가 뭐라겠는가
집에 오니 일단 드러 눕는다
동시에 하는말...역시 집이 젤 시원해 그리고 젤루 편해
그러고는 낄낄대며 웃는다